밤길을 달렸다. 고속도로가 오랜만이라서 조금 감각이 무디어졌나보다. 더듬이가 낯설어 한다. 가속 차선에서 속도를 내지 못해 멈칫거리기도 했다. 사람이 좀 달라져버린 것 같다.
가다가 휴게소에서 밥도 먹는다. 짐승이나 사람이나 배고프면 먹어야 한다.  


그리고 터널 속에서. 

시속 120Km짜리 패닝 샷이다. 왜 이렇게 위험한 짓을 하냐고?
...........야간 운전은 조용하고 적막하다. 졸릴 때나 온갖 생각들이 끼어들어서 생각이 번잡해질 때는 오히려 이게 낫다. 물론 좀 위험하긴 하다.

네시간을 달려서 도착한 내 고향이다. 진주.
도착이 늦었다. 누님들과 성묘를 가기로 한 길이다.
진주에서 하루 밤을 자고 내일은 지리산 자락 끄트머리 어머니 산소까지 한 시간을 더 가야 한다.

풀이 그다지 많이 우거지지는 않았다. 한식 벌초는 별로 할 게 없다. 잠깐이면 된다.

누님들도 많이 늙었다. 
나란히 서서 기도를 하고 찬송가를 부르는 걸 물끄러미 보자니 이렇게 다 모일 수 있는 날이 언제까지일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좀 적적해졌다. 큰 누님은 찬송가를 부르다가 운다.
어머니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나보다. 원래가 눈물이 좀 많은 양반이긴 하다.
큰 누님은 예순 넷.
어머니보다 더 많이 늙었는데도 어머니 사랑은 못내 그리운가 보다.
내 어머니는 서른 다섯에 생을 마쳤다. 자식을 두고 죽기에는 좀 쓸쓸한 나이다.  

어머니 산소에서 먼 산을 보면 멀리 지리산 자락이 보인다.
저 고개를 넘어서 조금 더 가면 지리산 국립공원 입구가 나온다. 그러니 나는 지리산 촌놈이다.  


늦은 저녁을 먹고 늦게 출발했다. 
핸들을 잡으니 또 멍하니 잡생각이 끼어 든다. 그래서 또 카메라로 장난을 친다. 이 생각은 나를 많이 상하게 하니까. 위험하다고? 그래. 좀 위험하기는 해. 그래도 생각에 붙잡혀서 실수하는 것 보다는 낫거든.
고래고래 노래도 부른다. 요즘 꽂힌 노래가 있다. '서른 즈음에'.
김광석의 노래라는데 나는 이은미가 부른 게 더 좋다. 이 여자는 노래를 제대로 할 줄 안다.
캄캄한 길을 내달리면서 창문을 열어 놓고 이 노래를 미친듯이 따라 부르다보면 때로는 울컥 할 때가 있다. 
그래. 노래건 인생이건 뭔가 좀 울컥 할 때도 있어야지. 속에 젓을 담더라도 말이야. 염병할. 

그러다가 길을 놓쳤다. 무슨 생각을 하다가 놓쳤을까. 여태 수십번, 백번은 넘게 오갔던 길이다.
대충 짐작으로 고속도로를 내려 서서 방향을 잡아 봤지만 방향 감각은 백리나 천리나 날아 가버리고 길이 아주 꼬여버렸다. 한 시간이 넘도록 산골짜기를 헤메고 다녔다. 무턱대고 죽어라 한쪽 방향으로 가다보니 한시간 이십분 만에 아는 길이 나왔다.  
얼이 빠져버린 것 같아 뒤숭숭하다. 근 이십년을 운전 하면서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오밤중에 초행길을 가도 한 번도 길을 놓친 적은 없었다. 속이 텅텅 비어버린 것 같다.
그냥 이대로 까마득이 가라앉아버리는 걸까.   

사진을 꺼내 봤더니 묘한 사진이 있다. 그 날 밤 귀신에 홀렸던 이정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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