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해에서 포항으로 넘어가는 나즈막한 언덕받이 검문소가 있던 자리에 황색 깜박이 신호등이 있습니다.
 그 신호등 바로 뒤에 어느 솟대에서 날아와  앉은 듯한 새 두마리가 마주 보고 있습니다.


누가 앉혀 놨는지 참 예쁘게도 앉혀 놨습니다.
자주 오가는 길이라 늘 보면서 속으로 감탄했습니다.
쇳조각 몇 개로 저렇게 예쁜 새를 만들어 앉힐 생각을 한 사람이 누구일까요.
설마 도로 교통법규에 신호등 끄트머리에 새 만들어 붙이란 조항이 있을리는 없고 아마도 신호등을 설치하던 누군가가 살짝 멋을 부려 본 모양인데 삭막한 도시 한 귀퉁이에 그다지 눈에 띄지도 않는 곳에다가 저런 여백을 만들어 둘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요.
새를 만든 솜씨도 아주 빼어나서 군더더기 없이 균형이 잘 잡혔습니다.


예쁘지요? 참 예쁘고 고마운 생각입니다.
오고 갈 때마다 눈길이 가고 볼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새 두마리 입니다.
이런 게 진짜 예술입니다.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에 대한 예의가 있는 헛바람 들어가지 않은 진짜 예술. 


K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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