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은 전화번호입니다.
일단 번호가 좋습니다. 0*4*3*2*1*
안보이는 글자는 모니터에 침발라서 박박 닦아내면 보일지도 모릅니다.

다 더해서 짓고 버리면 따라집니다. 고로, 섯다판에서 고민할 필요없이 바로 죽으면 됩니다.
그 외에도 일단 재수가 수시로 좋아서 자주 당첨되는 번호 올습니다. 심심할만하면 전화벨이 울립니다.

리리리~
여보시요.
축하합니다. 당첨 되셨습니다. 빰빠라빰~
딸깍.

리리리~
여보시요.
금번 우리 인삼 영농조합에서는.....
딸깍.

리리리~
여보시요.
안녕하세요 이번 모비씨 방송국 사은 행사에서.....
딸깍.

리리리~
여보시요.
안녕하세요 여기는 니서치내서치 여론조사 팀인데 대체 당신은 몇살이며 남잔지 여잔지...
딸깍.

리리리~
여보시요.
안녕하세요 한국겔포스 여론조사 상황실인데 당신은 핵폐기장을 엇다 팔아묵는 것이 좋다고...
딸깍.


리리리~
여보시요.
아! 박서방이가! 내 금수이 아부진데......
딸깍.

리리리~
여보시요.
누고?
.......내다!
딸깍.


리리리~
여보시요.
거 어데요?
.............우리집이요!
쾅.

....................
,,,,,
손 돌릴 새 없이 바쁠때 이런 전화 한 번 받으면 아드레날린이 대량 생산됩니다. 짜 내서 장에 내다 팔면 돈 될지도 모릅니다.

좀 다르긴 하지만 비슷한 색깔의 기억이 슬슬 올라옵니다.
이삼십년 전에 시외버스 타면 기사 올라오기 전에 삼인조 선수가 얼른 올라옵니다.

....바쁜 여정에 잠시 광고말씀 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첨단 반도체 기술로 국위선양에 앞장서고 있는 모렉스 시계 홍보 팀으로써......

..중략.......(표쪼가리 하나씩 나눠주고...)


저기! 안경 낀 할아버지 당첨 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시계는 무료이며 제세 공과금 이만 오천원만 내시면 싯가 십오만원의 모렉스 시계를 드리겠습니다! 아! 예! 저기 뽀골머리 아주메도 당첨 되셨군요! 축하합니다.........


보도시 해방되어 인자는 출발하나 싶으면 중간 정류장에서 꼭 하나 올라옵니다.

....안냐심까. 저는 모년 모일 신문지상에 보도 된 꽃제비 나이트크럽 칼부림 사껀에 연루되어 멫년간을 복역하고 엊그지 출감한 깡 모시기라고 합니다.

....중략.......


이를 악물고 착실히 살아보려 했으나 사회의 질시와 냉대에.....(슥 한번 둘러보고)


.....중략.......


여기 이 고급 볼펜 한다스를 이천원씩에 사 주신다면.....(모른 척 팔뚝에 문신 한 번 보여주고)

만약 여러분이 외면하신다면 이 사람 또 다시 어두운 뒷골목에서 지나가는 당신과 당신의 가족들을 노리게 될지도 모르는......

..........이런 조옷도....협박이잖아...... 뭐 어쨌든 오십원짜리 모나미 볼펜 한다스에 이천원씩 받아먹고 ..... 헐렁한 레자가방 들고 유유히 내립니다.

볼펜 장사는 요즘 잘 안보이지만 그 시절 시계 장사랑 요즘 전화통 붙들고 당첨 장사하는 거시기들이랑 많이 닮았습니다. 참 촌스럽고 낯 간지러운 수법입디다마는 수십년이 지나도 이런 수법이 남아있는 걸 보면....아니 오히려 더 창궐하는 걸 보면 촌스럽기는 해도 썩 괜찮은 아이템인 모냥입니다. 아니라면 이나라 백성들이 아직도 그만큼 순진하다는 건지 어리석다는 건지.

아, 그거요?
시계는 나도 두어 번 당첨 되어 봤지요. 이거 그냥 세금은 은행 가서 내고 시방은 그냥 가져 가면 안되겠냐고 물어 볼라다가 삼인조한테 얻어 터질까봐 암말도 못하고 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
볼펜 역시 한 번도 안 사봤습니다.
사실 좀 꿀리고 켕기긴 하던데 못 이겨서 샀다가는 내 못된 소가지가 더 켕길 거 같애서 안사고 버텼습니다. 안 산다니 스윽 째려보기는 합디다만. 뭐, 늬가 볼펜 한타스때매 종점까지 가것냐 똥배짱으로 뭉개고 앉았노라니 못 마땅하나마 그냥 갑디다. 뭐 지가 내 따라서 먼 데까지 갈 일은 없었것지요 뭐.

한동안 당첨 됐다는 전화가 뻔질나게 와 쌓더니 근래에는 좀 뜸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요즘 들어 다시 잦아집니다. 어제 오늘 연거푸 세 번을 받았는데 그 중 두 번이 같은 데서 걸려 온 전화라서 그냥 암말도 안하고 아까 오전에도 전화 왔었지요........했더니 그 아가씨도 멋적은지 피식 웃으면서 안녕히 계세요 하고 그만 끊습디다.  
짜증도 나고 우습기도 합니다만 세상이 여기저기 많이 어려운 모냥입니다. 다들 굳건하게 버팁시다.

그건 그렇고 전화번호 안사실라오?
........좋은 번호 놓치시면 손해를 보심은 물론이고 여러분의 외면으로 이 사람 다시 어두운 골목길에...... ......새끼들 데리고 가서 오뎅이나 사 먹고 와야지요 뭘. 흐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