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이나 물상 중의 한 순간을 포착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한 장면을 포착해 내는 것은 손에 카메라를 들었다고 해서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길게는 몇 초에서 짧게는 수천분의 일초라는 참 짧은 순간에 담아내는 그림이지만 사람의 삶에 대한 애정과 진지한 생각이 없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진을 만들어 내기는 참 어렵다. 사진을 찍는 사람의 누적된 삶이 없다면 절대로 잡아 낼 수 없는 그림이다.


좋은 사진을 보고 있으면 행복해진다.
그래서 나는 좋은 사진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사진은 그림보다는 글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동영상이 산문이나 소설처럼 서술적이라면 사진은 시처럼 직관적이다. 그래서 그런 그림을 잡아내는 사람들을 눈으로 시를 쓰는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주마간산으로 얼핏 지나치다가도 나도 모르게 붙잡혀서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는 사진들이 있다.
생각지도 못한 구도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어떤 상황. 그리고 사람의 눈으로 느낄 수 없는 어떤 순간적인 광학적인 현상같은 것들. 같은 사물을 보는 눈이 그렇게 다를 수 있는지 볼수록 참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연출된 느낌이 드는 사진들에는 그다지 호감이 가지를 않는다.
꼭 연출이 아니더라도 어딘가 작위적인 느낌을 주는 사진들이 있다. 그런 사진들은 어찌 보면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글을 써 나간 실용문의 느낌이다. 사진 자체가 주는 예술적인 감흥보다는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써 나가기 시작하는 글은 자연스럽지 않다. 어깨에 힘도 들어가고 목도 뻣뻣해지고. 아무래도 자신의 의도나 목적에 국한해서 사물을 보게 되기 때문에 시야도 좁아질 수 밖에 없고. 사진이라고 다를까. 어느 경우에나 작가가 작품보다 앞에 나서고 싶을 때 생기는 현상이지. 굳이 자신의 얼굴이나 이름을 널리 떨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별로 흠잡을 곳도 없지만 지나치게 자연스러워서 아무 느낌도 없는 사진도 매력 없기는 매한가지. 나는 그런 사진들을 통칭 달력 사진이라고 칭한다. 글로 비교하자면 아무런 생각이 들어있지 않은, 아름다운 단어들만 나열해 놓은 문장인 셈이지. 자신의 시각이 존재하지 않는, 글쓴이의 생각이 들어있지 않은 평면적인 풍경 묘사와 똑 같은.


입맛이 너무 까다롭다고?
그러게 그럴지도. 너는 그런 달력 사진이라도 한 장 만들어 본 적이 있냐고 묻는다면 대번에 코가 납작해져서 할 말이 없지. 하지만 나는 기술적으로는 완벽하지만 아무 느낌이 없는 달력 사진보다는 서투르고 빈 곳이 있더라도 내게 뭔가를 보여주고, 생각하게 하고, 이야기를 걸어오는 그런 그림이 더 좋아. 사진은 사람이 찍는 것이고 똑 같은 피사체를 보고도 어떤 사람의 사진이냐에 따라 사진에 담겨지는 이야기가 달라져야하니까.
까다롭게 굴어서 매우 송구스럽지만 입맛은 순전히 주관적인 것이니 조금 마땅찮더라도 그냥 비 맞은 중이 고개 넘어 가는가보다 그리 여기시기를 바랄 밖에.


좋은 사진을 보고 느낄 때의 감흥은 좋은 시를 읽었을 때와 같다. 좋은 시가 오래 읽히는 것 처럼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도 그렇게 보고 또 보게 된다때로는 나도 어떻게 저런 멋진 사진을 남길 수는 없을까 하고 애꿎은 내 카메라를 흘겨 볼 때도 있지만 그 때 그 시절 그 열악한 성능의 필름 카메라로 가슴을 치는 걸작들을 남긴 그 시대의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딱 고만 꿀먹은 벙어리 시늉만 할 밖에. 그러게 사진은 카메라가 아닌 사람이 찍는 거라니까! 

나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속 깊은 그림으로 담아내는 이들에게 경탄과 존경을 보낸다. 나에게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각을 가르쳐 주는 말 없는 스승들이므로. 그리고 그대들은 눈으로 시를 쓰고 그것을 아무 대가도 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아름다운 시인들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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