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손에 안 잡히는 날이 있다.
앉아도 선 듯 서도 앉은 듯 까닭 없이 가슴만 설렁거려 서성거리기만 하고.
요 며칠 그래.
그냥 그런 날인가보다 뭐 그리 생각은 하지만. 왜 그런지는 나도 몰라. 

날은 가고 또 오고, 그리하여 낮과 밤이 합하여 하루가 되고.
또 하루 이틀 지나가고
눈 감은 새에 찾아오는 세월은 하나 둘 어깨에 무겁게 내려 앉을 것이고.
보내지 않으면 기다림도 없고 기다리지 않으면 내일도 없지.
세월은 본시 온전한데
가없는 무단한 세월을 쪼개고 갈라 붙여 줄 긋고 사는 것이 사람의 삶인 것이지.

봄은 아직 올 생각 없는데 나는 봄을 어찌 보내나 벌써 숨이 차다.
또 한 고비 크게 굽이쳐 꺾여지나 보다.
세월이 내게 오고 가는 것일까 내가 세월 속에 왔다 가는 것일까.
까닭없이 억이 막히면 어디 외진 곳 찾아 가서 아이처럼 악악 울어버릴까.
나이 들어 뭔 짓이냐고 흉 될까.
그러게 나이 들면 흉 될 일도 참 많아. 남이사 울든 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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