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려는지 제법 큰 바람이 분다. 바람 설겆이를 하러 나갔더니 바람에 동네 뒤 대숲이 우수수 눕고 난리가 났는데 웬 참새들이 옆집 텃밭에 오글거리고 있다.

전선 위에 앉은 놈들은 바람을 못이겨서 고개를 돌리고 자세를 잘 못 잡은 놈은 깃털이 뒤집혀서 아주 스타일을 구겼다.
 
꾀 많은 몇 놈들은 이웃집 텃밭에 내려 앉아 두릅나무 끄트머리에 조롱조롱 달렸다. 

새들은 바람이 불면 모두 한 방향을 본다.

아마도 깃털이 뒤집히는 것이 싫어서 그런가보다 짐작하지만 나는 그것을 볼 때마다 어쩐지 새들이 바람이 불어 오는 곳을 보고 뭔가를 그리워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해 본다.
뭔 쓸데없이 감상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살면서 또 어느만큼은 부러 감상에 젖어보는 것도 뭐 어떨까봐.
내일은 추워진단다. 다시 추워질 바람이라 그런지 오늘 바람은 많이 신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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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꼬맹이랑 애 엄마가 '설거지'로 써야한다고, 것도 모르냐고 잔소리를 한다.
몰라서 그리 쓴 것이 아니라 그냥 예전에 쓰던 대로 고집을 부려 본 것임.
'장맛비'라든지 '무'라든지 이런 경우와 같이 절실한 이유도 없이 말과 글을 뜯어고치는 짓들을 싫어해서 그렇기도 하고 
어법상으로도 '설겆이'가 맞다고 생각하는 고집불통 구닥다리라서 그렇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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