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꽁치 편을 끝으로 파란닷컴에서 연재하던 식객이 끝났다. 책으로, 웹으로, 참 재미있게 읽었다. 2002년 9월 2일부터 시작해서 6년 3개월 동안 연재 되었단다.
종이 만화로 간행 된 것은 두 번 세 번을 읽었고 동아일보에 연재가 되었다는데 정작 동아일보에서는 못보고 파란닷컴의 카툰 사이트에서 쭉 봤다. 우리나라 만화계뿐만 아니라 문화계를 통틀어 기념해야 할만 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허영만의 만화는 ‘강토’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무슨 야구만화를 시작으로 쭉 애독자였는데 사실 무당거미나 각시탈같은 시리즈를 봤을 때만 해도 참 자연스럽게 잘 그린다, 스토리라인도 짜임새가 있어 여느 만화들처럼 비현실적이거나 과장스럽지 않아 좋다는 정도로만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어느 날  ‘오 한강’이라는 단행본을 보고는 생각을 바꿨다.
이 사람은 천재구나. 그리고 꽤 바닥이 깊은 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이구나.

허영만의 사물을 보는 시각과 그것을 단순화시켜 드러내는  뛰어난 그림 솜씨에 매료 되고 말았다.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만화가가 아니라 보는 사람을 따뜻하게 만져 주고 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건강한 웃음도 줄 수 있는 숨어 있는 위트와 재치도 남달라서 허영만의 만화를 볼 때는 참 따뜻하고 행복하다.
그런 따뜻함은 사람과 세상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쉽게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리 사소한 이야기라도 자신의 삶에 대한 기준과 생각이 담겨 있는, 결코 가볍게 보이지는 않는 작품의 무게감 또한 만만찮아서 자료 수집에만 해도 아마 어마어마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을 것이라 짐작한다. 치밀하고 방대한 자료수집 없이는 결코 이렇게 자연스럽고 읽기 쉬운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니까. 또한 자료수집을 아무리 잘 했더라도 그것을 독자들에게 이렇게 알기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보는 사람이 저절로 미소 짓고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그려 낸다는 것은 허영만이 아니라면 아마도 어렵지 않을까.

식객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난 소감은 '아직 그가 그려내야 할 음식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다.
물론 그 많은 음식들 중에는 조금씩 빠지고 부족한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식객 속의 수많은 에피소드 중 내가 늘 먹고 만지는 익숙한 음식들 몇 가지는 좀 더 깊이 들어갔으면 하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만약 그 음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읽는다면 그 음식에 접근하는데 별로 부족함이 없을만큼 충분히 섬세하고 친절하다. 식객을 보고 난 뒤로 먹어 보고 싶은 음식이 아주 많아졌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식객이 존재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고도 남는다. 읽을 때 따라오는 즐거움이나 행복함은 더 큰 덤이고.
하여튼 식객을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허영만은 우리에게 큰 빚을 지게 됐다. '아직 그가 그려내야 할 음식'이 더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에 이런 천재가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허영만의 만화가 없었더라면 살아가는 재미가 크게 한 부분 모자랐을 거 같아서 그와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쪼록 충분히 쉬시고 빨리 재충전을 해서 아직 결혼도 못한 진수와 성찬이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식객 후편을 만들어내시든지 굳이 식객이 아니더라도  또 우리들의 의표를 찌르는 멋진 작품을 쓰시기를 기원한다. 사랑합니다.
http://media.paran.com/scartoon/cartoonview.php?id=car_087&ord=11&menu=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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