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짜르트의 39번 교향곡에는 두 개의 주제가 대립되어 서로 발전, 융화하며.. 이런 소나타 형식의 악곡은 서로 다른 두 문명의 융합이라는 근대 서양문명의 기조와 그 궤를 같이 하고.. 결국 이런 형식의 악곡은 당대의 문화가....


일없이 TV 음악채널을 켜놨더니 저렇게 근사하고 근엄한 해설이 흘러나온다.


......저런 해설을 들으면 나는 그만 주눅이 들고 까닭없이 눈치가 보인다. 때로는 짜증이 좀 나기도 한다. 

음악 하나 들으면서 근대 서양문명의 기조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지 원. 

그나마 음악은 안 나오고 해설만 계속 되길래 그냥 다른 데로 돌려버렸다. 

저런 해설을 듣다보면 그만 흥미도 반감되고 감성도 죽어버리지. 내가 워낙에 이론적으로 취약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론적 배경이나 저런 해설스러운 해설은 사실 별 관심이 안간다. 음악 하나 듣는데 꼭 저런 해설이 필요한지도 의문이고. 

막대한 지식을 섭렵하든지, 아니면 두꺼운 책이라도 뒤적거려봐야 나올만한 그런 해설을 앞세운 방송들은 아무래도 좀 그렇지.

그냥 무턱대고 듣다보면 어느 순간에 아, 이거다 하고 뭔가 꽂히고, 

듣는 것만으로는 욕심이 안차면, 그제서야 책이며 정보들을 뒤적거리는... 

음악을 듣는데 무슨 타입이 있고 줄기가 있을까마는 굳이 따지자면 나는 그런 타입이다. 

음식은 먹어서 맛있으면 그만이고 음악은 들어서 좋으면 그만이라는 주장이지


병이 들었거나 음식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밥 그릇을 엎어다가 저울에 달고 시험관에 밀어 넣을 필요가 있겠지만 

배고파서 밥상에 앉은 사람들 앞에 앉혀놓고 그 쌀은 수분 함량이 어떻고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분포는 이러저러하며 국을 끓인 미역은 어느 바닷가에서 누가 뜯어다가 어느 집 마당에서 말려서... 그걸 꼭 알고 먹어야 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말이다. 밥만 다 식어버리지.

먹고 맛있으면 그만인 거지. 몸에 좋으면 더 할 나위 없고. 다 먹고 나서 하도 맛있는 음식이라 대체 이 밥을 누가 지었는지, 반찬은 뭘로 만들었는지 궁금한 사람은 그 때 가서 물어보거나 공부를 하면 될 일이고.


음악은 귀로 듣고 가슴으로 느끼라고 만들어 놓은 물건이지 눈 부릅뜨고 따지고 분석하고 시시콜콜 머리 싸매라고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 건 음악 학자들이나 음악가들에게 맡겨 두고 우리는 마르고 닳도록 듣다가 감동하고 눈물짓고 그러면 그만인 것이다. 

걸핏하면 써 먹는 말 그대로 머리를 삶으면 귀는 절로 익을 걸 왜 미리 귀만 잡고 땡기고 흔드냐고. 


현학 취미. 

그건 어디 가서 목에 힘 줄 때나 쓰시고 음악은 그저 되는대로 부지런히 들어서 섭취할 일이다. 

음악이야 많이 먹어서 체할 일도 없으니 그 또한 좋은 일이고 말고.

거기다가 적잖이 나이를 먹다보니 이제는 나한테 넌지시 뭔가 말을 걸어오는 그런 음악이며 연주가 좋아. 

뭔가를 굳세게 주장하거나 머리 싸매고 생각해야하는 그런 음악들은 이제는 숨이 가빠서. 

때로는 굳어버린 머리나 가슴팍을 쑤셔서 뭔가 울컥 치밀게 하는 그런 것에 환장을 하기도 하지만 

요즘 들어 그보다 더 좋은 건 뭔가 나한테 이야기를 해주는 음악이다. 

듣다가 꾸벅꾸벅 졸고 있더라도 멱살 잡고 흔들어 깨우지도 않으면서 그냥 저 혼자서 나직나직 뭔가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아니면 저 혼자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그냥 가버리는 그런 음악.


아, 그래도 그런 곡들을 전혀 안 듣는다는 거는 아니다. 

가는 세월이 희미해지고 앞뒤가 어리둥절할 때면 그 때 그 시절에 들었던 그 무지막지한 음향을 간혹 맛보면서 지그시 고양되어 보는 것도 심신에 자양이 되고 말고. 다만 그 이전처럼 그런 곡을 다반사로 듣기가 버겁더라는 말씀이다. 

그러게 내사 자빠져 자든지 코를 불든지 나는 나대로 자다 깨다, 지는 지대로 투덜투덜 뭔가 이야기를 해주는 그런 음악이 이제는 훨씬 좋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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