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블로그의 방문자 누계가 만 명을 넘어섰다.
재작년 여름 큰 아이의 권유로 처음 블로그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글들이나 모아놓자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그것마저도 한 두달 만져보다가 이것저것 속 시끄러운 일들과 게으름, 의욕상실까지 겹쳐서 그만 다 닫아 걸어두고 일 년 반을 방치했었다.
하도 마음 고생을 하고 해서 나중에는 쳐다보기만 해도 넌더리가 나드만.
에잇, 이만큼 정 떨어졌으면 다시 볼 일 있겠나 싶어서 아주 못질을 해 버렸었는데 지난 겨울 지나면서 까닭 없이 마음이 선듯하니 움직여서 쓸고 닦고 대충 손 봐서 문을 열었더라. 물론 목적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흩어진 글들 정리해두고 여기저기 남겨진 흔적을 지우고 정리할 목적으로.

별 생각 없이 글 옮기는 작업을 하던 중에 간혹 들여다보면 하루에 백 명 남짓, 생각보다는 드나드는 사람이 많아 보여서 처음에는 그냥 조금 궁금하고 신기하기만 했었는데 지금은 예상보다 너무 많은 숫자 때문에 좀 어리둥절하고 겁이 난다. 주소를 남긴 것도 내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대체 누가 여길 찾아오랴 하는 생각에 예전에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 여나믄 명에게 문자 날려 준 것으로 그만이었으니까.
아하, 물론 예상에 비해서 너무 많다는 뜻이다. 

그래도 개점 휴업보다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드나드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도무지 흔적이 없어서 많이 궁금하다. 이런 개인 블로그를 만들어 보는 것도 처음이라 서투른데다가 겁도 좀 나고.

사람이 품위가 덜하다보니 걸려 있는 글들이 좀 사납기도 하고 때로는 삐딱하게 비틀기도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그럭저럭 온순한데다가 여리고 상처도 잘 받는, 그런 사람이오니 그래서 혹시라도 마음이 내키시면 망설이지 말고 오가는 길에 흔적이라도 한마디씩 남겨 주시면 아주 안심이 되고 행복할 것 같아서, 그래서 모쪼록 선처 부탁드린다고, 핑계 삼아 한 마디 걸어 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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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걸어 두었던 사이에 안팎으로 힘 든 일들이 있어 심신이 극도로 지치기도 했었고 건강이 좋지 않아서 몇 달 동안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로 여태 접해보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도 조금 들여다보았고.
지지부진하던 일들을 접어버리고 뭔가 다른 길을 모색해보자고 시작했던 일이었는데 그 속에서 느끼고 경험하고 했던 일들과 몇 가지 생각이 우연히 겹치고 연결 되면서 오히려 내 생각을 되돌려 이전에 하던 일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그래서 다시 돌아 볼 일은 없을 거라고 2년 가까이 그냥 내던지다시피 방치해 두었던 것들을 다시 꺼내서 먼지를 털고 닦고 수선을 피는 중이다. 

다 늦어서 웬 야단법석이냐고 묻는다면 할 말 없음. 어쩐지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 다시 집어 든 것 뿐이다. 

아, 정말 몰라요. 아매 며느리도 모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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