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이 곡을 들으며 운전을 하다가 3악장에서 교통사고를 낼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2악장 까지는 아주 안전하게 별 탈 없이 잘 듣고 있었는데
3악장 도입부에서부터 잔잔한 오케스트라 사이로 오르내리던 바이올린이 아득하게 치솟았다가  오케스트라의 총주와 함께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부분이었지요. 
현 합주가 휘감아 돌면서 좁은 자동차 속이 어마어마한 음향으로 출렁이는 순간 까닭없이 가슴이 철렁 내려 앉으면서 눈 앞이 아득해졌습니다. 나도 모르게 오른 발에 지그시 힘이 들어갔지요. 
갑자기 시프트 다운이 되면서 급가속.
하마트면 앞차를 들이받을 뻔했지요. 진땀이 바짝 났습니다. 얼마나 시껍을 했던지.

이전에도 이후에도 집에서는 물론 녹음을 해서 갖고 다니면서 운전 할 때도 자주 들었지만
오디오를 바꾸거나 고장 났던 오디오를 수리하고 나면 세팅 후에 거의 반드시 얹어보던 곡입니다.
그 커다란 파도와 같은 3악장의 선율 때문에.

물론 네 악장이 다 좋지만 그 중에도 이 3악장은 이전에도 좋아했고
또 그 사건 이후로는 더더욱 각별하게 좋아져서 늘 그 넘실대는 음향의 해일 속에 몸을 얹습니다.
정말 눈 감고 몰입하노라면 무슨 커다란 물결을 타고 앉은 느낌이지요.
그 중에서도 오이스트라흐 연주가 특히 더 그렇습니다.
워낙에 좋아하는 연주자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냥 여러 연주를 나란히 놓고 들어봐도 독주가 가장 아름답고 다이나믹한 오케스트레이션도 일품이어서 가장 좋아하는 연주입니다. 아, 물론 안전 운전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곡이라 때로는 좀 흘겨 보기도 합니다만. 
엘피가 속절없이 낡아가는 것이 걱정스러워서 연전에 레전드 시리즈로 나온 시디를 또 사두었습니다. 걱정도 미리 땡겨서 하고 있는 걸 보면 참, 걱정도 팔자에 있기는 있나봅니다. 하긴, 페렌치크의 베토벤을 깨 먹고 난 뒤 방심하다가 절판 되어버려서 크게 낙심을 한 적이 있기는 하니까 그래도 이런 조바심은 조금 면피가 될라는지. 
 



Max Bruch / Scottish Fantasia (3악장)
Violin / D. Oistrakh
J. Horenstein / London Symphony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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